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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노동자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서쌍용 사무국장이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

 

한번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아주 인상이 깊었거나 이름이 특이한 경우인데,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서쌍용 사무국장은 아마 둘다의 이유 때문에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그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제권리 찾기에 누구보다 열심이며 지난 9월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반발한 민주노총 비정규노조연대회의의 열린우리당 점거농성 때에는 울산에서 올라와 상주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9일 노조 사무실 앞에서 긴급 체포돼 1일 구속됐다.
 
그는 지난 7월 노조 임단협 시기 때 진행한 울산공장 본관 앞 천막농성이 업무방해로 인정돼 출입금지가처분을 받았는데 이를 위반 한 혐의 등으로 현대차가 고소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또 지난 13일 비정규직노동자 18명에 대해 법원에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 이를 두고 이미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적발된 마당에 이같은 법적조치는 명분이 없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가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를 싣는다. <편집자주>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는 구호가 2004년 노동운동의 쟁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뒤돌아보지 않고 옆 눈치 보지 않으면서 앞만 바라보며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달려오면서 뭔가 손에 잡힐 것 같은 희망을 가져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말을 맞이하고 보니 아직까지 아무 것도 이뤄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열사의, 현대중공업 박일수 열사의비정규직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대접하라는 절규가 아직까지 귓가에 쟁쟁하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활동하고 투쟁에서 단호했는지, 열사의 피맺힌 절규를 가슴에 담았는지, 죄송하고 죄송할 따입니다. 열사들의 목숨으로 외쳤던 절규가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자들의 귀에는 지나가는 개 하품소리였을 것이며 자본가들에게는 옆집 개 배고프다고 짖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권력을 쥔 자와 자본가들의 인식이 이러함에도 우리는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바빴고 내 밥그릇의 밥이 줄어들까 전전긍긍 하면서도 정작 낮은 곳에서 고통받고 몸서리치는 차별에 피눈물을 흘리면서 온 몸으로 항거하는 동지들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2003
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추모사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우리가 투쟁하지 않고 연대하지 못하고 단결하지 못함으로 인해 자본가에게 우리는 깨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깨지지 않기 위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미래가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는 것이어야겠습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노동운동에서도 주변부에서 서서히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일하는 현대자동차에서는 15천명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해 왔던 것이 밝혀졌지만 현대차는 그동안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당장 전환해도 모자를 판에 비정규직을 더 늘리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불법이 아니면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대차는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공장 안에서 집회를 한 것이 불법이라며 고발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현대차의 위법은 단죄하지 못한 채 불법시위를 주도했다며 저를 감옥에 가두는 것에는 순발력을 발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누구의 잘못이겠습니까? 그것은 비정규직이 조직돼 있지 못해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활동하는 우리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투쟁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다시 묶으면서 투쟁전선으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면서 외쳤던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외침을 현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노동자를 하나로 만드는 일이 우리가 살 길이고 노동운동의 희망을 만드는 길이며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길입니다.

현장에서 희망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밤, 낮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동지들이 계시기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그 희망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행복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4
년도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아쉬움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 연대하지 못하고 단결하지 못했다면 회한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잊지 말고 2005년 한 해를 노동해방 이루는 한 해로 일궈냈으면 합니다. 저의 조그만 힘을 보태겠습니다. 동지여러분, 건강하십시오.

2004년 12월22
울산구치소에서 서쌍용 드림

서쌍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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