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세상을 놀라게 한 집배원들
2008.03.06 23:12
[우정이야기]세상을 놀라게 한 집배원들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이 열리자 많은 관객이 몰렸다. 삼성 사태의 와중에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명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까. 주최 측은 몰려드는 관람객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프랑스 집배원 슈발과 그가 만든 꿈의 궁전.
이번에 전시된 고흐의 대표작 중 ‘우체부 조제프 롤랑’이 있다. 고흐가 프랑스 아를에 머물 때 친구 롤랑을 그린 초상화다. 고흐가 고갱과 다투다 귀를 자르자 동네 사람들은 고흐를 미치광이로 몰아 감금하려 했다. 이때 고흐를 유일하게 돌봐준 사람이 롤랑이다. 푸른 제복에 금관 장식, 포스테(POSTES)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힌 집배원 모자에 소크라테스를 연상케 하는 긴 수염이 천상 마음씨 좋은 우체부 아저씨의 모습이다. 고흐가 롤랑을 그리던 1889년에도 집배원의 품성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롤랑은 작품 속 모델이지만, 집배원 출신으로 이름을 날린 세계적 인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람이 33년간 집배원 생활을 하면서 흙과 돌을 주워 모아 거대한 궁전을 만든 프랑스의 페르디낭 슈발(1836~1924)이다. 건축은 물론 어떠한 예술교육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낮에는 하루 30㎞를 걸으며 우편물을 배달하고 저녁엔 등잔불을 켜놓고 두세 시간밖에 안 자면서 궁전을 지어 역사에 남을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스스로 팔레 이데알(palais Ideal·이상의 성)이라고 이름 붙인 이 꿈의 궁전 벽에는 그가 쓴 글귀가 남아 있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부로 살아온 나는, 나와 같은 계층의 사람들 중에도 천재성을 가진 사람, 힘찬 정열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고 또 죽겠노라.”
리용 인근 오트 리브라는 마을에 있는 이 궁전에는 지금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위대한 집배원의 신비한 예술세계에 감탄한다.
1970년대 세계 당구계를 휩쓴 전설의 챔피언 테리 그리피스(60)도 집배원 출신이다. 77년 집배원 생활을 접고 영국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출전해 첫해 우승을 거머쥔 그는 이어 월드컵 당구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집배원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했다.
박지성 선수가 소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때 주장을 지내기도 한 유명 축구선수 닐 웹(44)도 집배원 출신이다. 그는 1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받고 1989년 맨유에 합류하면서 세계적 스타가 되었지만, 그 전에는 런던 인근의 리딩이라는 마을에서 주당 220파운드를 받고 일하는 집배원이었다.
영국의 보건부 장관을 지낸 앨런 아서 존슨(57)도 집배원 인물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12세에 부모를 잃고 15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마트에서 일하다 18세 때 집배원이 되었고, 노조 지부장과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정계 진출의 발판을 구축, 장관까지 올랐다.
프랑스의 현직 집배원인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집배원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다. 2002년과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임시 휴가를 내고 출마한 바 있는 그는 낙선하자 곧장 집배 현장에 복귀해 정치활동과 집배원 일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독일 출신으로 LA에 건너와 시와 소설을 쓴 찰스 부코프스키라는 사람이 집배원 출신으로 유명하지만, 유럽에 비하면 이렇다 할 인물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집배원 출신의 저명인사는 알려진 바가 없다. 본인이 “나도 한때 집배원이었다”라고 말하지 않는 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시골 주민들 사이에 스타가 된 집배원은 부지기수다. 우정사업본부 게시판에는 특정 집배원의 실명을 들며 “이 사람 우리 동네에서 최고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 상 안 주나요”라는 글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전국적인 명사는 아니어도 지역 주민에게 인정받는 집배원이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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