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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집배원의 '9년 달인' 뒤쫓기…기자의 집배원 체험기

 

오전 7시 서울 노원우체국. 영하 8도,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강추위에도 집배원들의 일과는 어김없이 시작됐다.

노원우체국에 근무하는 집배원은 110명에 이르지만 전국에서 몰려든 하루 평균 25만여 통의 우편물을 처리하기엔 늘 역부족이다.

집배원들은 그래서 보통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한다. 밤 10시전에는 퇴근하기 위해서다.

기자에게 주어진 지역은 '노원의 산동네'로 불리는 상계4동. 집배원 임종호(54) 씨가 맡고 있는 곳이다.

 

기자와 임 씨는 오토바이에 등기와 택배물을 가득 싣고 서둘러 동네로 출발했다. 임 씨는 오토바이를 탔고, 기자는 그 뒤를 발로 쫓았다. 오토바이 뒷좌석에 짐칸을 연결하다 보니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르지 못할 첩첩산중 같은 '달동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에서 번지수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첫 우편물을 들고 어렵게 주소를 찾아 "택배 왔습니다"고 외쳤다. 초인종은 고장 나 있었기 때문이다.

 

◈ "임 집배원 어디갔어?…우리 동넨 그 사람 없으면 안돼"

대답이 없었다. 문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여전히 답은 없었다. 우편물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자 '내일 오세요'라는 성의 없는 답이 돌아왔다.

빌라 정문이 잠겼거나 우체통이 없기도 부지기수. 당황스러운 상황의 연속에서 그냥 문틈 사이에 편지를 끼워 넣고 갈 수도, 대문 앞에 우편물을 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택배나 우편물이 분실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반면, 임 씨는 능수능란했다. 이 동네만 9년째 맡고 있어 '유명인'이나 다름없었다. 집배원 복장을 한 기자를 본 한 주민은 "임 씨는 어디 갔냐? 그 사람 없으면 안 된다"며 화들짝 놀라기까지 했다.

다시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헤매다 주소지 앞에 이르자, 이번엔 어른만한 개가 으르렁 거렸다. 조심스레 달래며 우편물을 넣고선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한파 예보에 내복과 두터운 오리털 잠바로 중무장했지만 가파른 산동네를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온몸이 땀으로 목욕한 듯 했다. 등산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동네 입구에는 빌라가 대부분이었지만 오를수록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판잣집들이 눈에 띄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폐가마다 '노원경찰서 순찰구역'이라는 노란 스티커도 붙었다.

 

◈ 가파른 고개길, 미로같은 지번…하지만 동장군도 녹인 산동네 인심

하지만 인심은 '동장군'이 다가오지 못할 만큼 따뜻했다. 주민들은 "추운데 너무 고생이 많다"며 비타민 드링크를 선뜻 건넸다. 바짝바짝 입이 마르던 터라 꿀맛 같았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자 임 씨는 지하철 당고개역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3,500원짜리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나물과 두부, 오징어, 황태국 등이 이날 메뉴였다.

 

"바쁘니까 얼른 먹어요" 임 씨는 "집배원들은 시간에 쫓기다보니 특히 위장병으로 고생을 많이 한다"고 토로했다. 평소 버릇인 듯 임 씨는 10분 안에 밥을 다 비웠다.

임 씨는 "경사가 높은 언덕길에 눈이 내리면 우편물을 직접 어깨에 메고 올라가야 한다"며 "눈이나 비가 안 올 때 체험하게 된 걸 다행으로 여겨라"고 했다.

 

이어 오후에 돌 동네는 도보로 따라오기 힘들다며 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작업을 지시했다.

우체국 2층 특수실로 갔다. 기계로 구분되지 않는 규격 외 우편물과 기계가 읽지 못하는 규격봉투를 동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손에 잔뜩 우편물을 들고 주소에 따라 바구니에 넣기 시작했다. 상계동의 경우 9동까지 있는데 대부분의 우편물들은 동 번호를 적지 않아 지번을 보고 분류를 해야 했다.

더구나 동마다 지번이 제각각이었다. 상계8동의 경우 624, 651~669, 855~894, 930, 1267, 1280 등 지번이 이어지지 않았다.

제후주 특수실 팀장은 "옛날 행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 제각각인 지번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새도로명 주소가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수레에 잔뜩 쌓였던 우편물 분류 작업이 끝났다. 아직도 배송이 남아 돌아오지 않은 집배원들이 많았다.

우체국으로 돌아온 집배원들도 다음날 배송을 위해 준비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도 밤 10시가 돼서야 집배원들은 삼삼오오 귀가했다.
-출처[CBS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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