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편은 21세기 금광의 수혜자
2008.02.22 23:17
[우정이야기]우편은 21세기 금광의 수혜자
만국우편연합 건물 앞에 있는 상징 조각물.
과거 미국 영화를 보면 서부는 기회의 땅이다. 운 좋게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면, 남보다 한발 앞서 말뚝 박는 데 성공한다면 돈벼락 맞는 것은 일도 아니다. 자칫 총잡이가 쏘는 총탄에 맞아 비명횡사할 수도 있지만, 일확천금도 가능하다. 그래서 인생 한 방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서부로 서부로 내달린다. 그곳에서 죽기 살기로 잡으려는 것이 금광(gold mine). 이것 하나만 잘 잡으면 그날로 팔자 고치기 때문이다.
1850년대 미국 서부에서는 ‘광부의 십계명’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금광은 하나만 가져라 ▲채굴권 사기로 남의 금광을 빼앗지 마라 ▲노름으로 돈 날리지 마라 ▲술에 취하지 말고, 네 몸을 아껴라 ▲어떤 경우에도 조금씩 저축해 실패해서 고향에 돌아갈 때를 대비하라 등이다. 그만큼 금광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부(富)를 가져다주는 원천이었다.
21세기 미래의 금광은 무엇일까. 시각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만국우편연합(UPU)은 전자상거래 시장을 금광에 비유했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잘만 파고들면 노다지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UPU가 연 4회 발행하는 공식 간행물 ‘우편연합’ 2007년 12월호는 유럽계 금융기관 크레딧 스위스의 연구 수치를 이런 논리의 근거로 제시했다. 크레딧 스위스는 전 세계 온라인 쇼핑 매출이 2006년 1700억 달러(159조 8000억 원)에서 2010년 2630억 달러(247조 2000억 원)로 5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히 폭발적 성장세다. 온라인 쇼핑을 포함한 전자상거래는 2006년에 12조 8000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무역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보내는 이와 받는 이를 중간에서 연결시켜주는 배달(delivery) 과정이 꼭 필요하다. 결국 전자상거래의 최대 수혜자는 최종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하는 ‘라스트 마일’ 담당자, 즉 우편이 될 것이라는 게 UPU의 시각이다.
UPU는 실제 사례로 스위스를 소개했다. 스위스 사람들은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에 가서 사던 물품을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슈퍼마켓(LeShop.ch)에서 구매한다. 이 온라인 슈퍼마켓은 소비자가 주문하면 24시간 내에 가정에 배달한다. 스위스 우정당국은 포스트 로지스틱스라는 택배업체와 제휴해 배달 임무를 수행한다. 배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전 국토의 1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어디든 배달 차량이 간다. 주문품은 버터 바나나 오이 토마토 치커리 따위. 하나같이 스위스 사람들이 하루라도 없으면 견딜 수 없는 먹을거리다. 이런 먹을거리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가정에서 받는 시스템이 스위스에 정착한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유통혁명이 일어나 배달 수요를 폭발적으로 발생시킴으로써 우편산업을 부흥시킨다는 게 UPU의 전망이다.
UPU는 ‘견실하고 신뢰할 만한 솔루션’으로 한국의 우정사업본부를 꼽았다.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주문자의 가정을 방문해 물품을 받아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주는 택배 서비스와 지역 농수산물을 인터넷 쇼핑몰에 올려 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우체국 쇼핑이 그것이다. 우본 국제사업팀 이숙연씨는 “우리의 온라인 쇼핑방식은 소포 물량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고, 정경원 본부장은 “2006년 우리는 소포 4000만 통을 배달함으로써 소포가 거래총액의 21%를 차지하게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이 잡지는 소개했다.
결국 우편산업의 금맥은 온라인이다.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무언가 더 많이, 더 자주 주고받는 사회가 될 때 우편은 이를 매개하는 전달자로서 제2의 르네상스를 구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비쿼터스 시대 우체국이 살아남는 길은 어쩌면 이 길밖에 없는지 모른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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