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집배원, 밤엔 사랑의 가위손
2008.02.20 00:54
낮에는 집배원, 밤엔 사랑의 가위손
전남 구례우체국에서 일하는 조병래(48·사진) 집배원은 출근 때마다 이발용 가위와 빗을 들고 나간다. ‘밤 일’에 필요한 도구를 준비해가는 것이다. 그는 벌써 10년 넘게 혼자 사는 어르신과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우편물을 전해주면서 꼭 안부를 묻곤 하는데, 머리가 길어 보이면 메모를 해뒀다가 일이 끝난 뒤에 찾아가 머리를 깎아준다. 달마다 한번씩은 일요일에 지역 노인정을 도는 것도 일상이 됐다.
“이발을 끝낸 어르신들이 거울 앞에 서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이발을 원하는 어른들이 많은 날에는 손목이 뻐근해 숟가락을 들기 힘들 정도로 피곤하지만,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때로는 그도 우울할 때가 많다. 이발할 때가 됐다 싶어 어른신을 다시 찾아갔는데, 그새 세상을 뜬 것이다.
조씨는 중학교 때 이발 기술을 배웠고, 집배원을 하기 전에 이발소를 운영했다. 조씨가 노인정으로 이발 봉사를 나갈 때는 부인도 동행한다. 다과를 준비해 어른들을 대접하고, 머리를 털어드리며 “머리를 깎으니 10년은 젊어 보인다”고 칭찬하는 게 부인의 몫이다.
조씨 가족은 미혼모 자녀를 맡아 7년째 키우고 있기도 하다. 조씨는 “딸 후배인 미혼모가 아이를 보육원에 보낼까 입양을 시킬까 고민하길래 데려왔는데, 당시 16개월짜리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며 “엄마가 빨리 경제적인 능력이 생겨 아이와 함께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며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 부부는 이런 일을 해온 게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최근 우정사업본부장 표창을 받았고 ‘우체국 한사랑 나누미’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조씨는 ‘봉사 활동’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봉사는 무슨. 할 줄 아는 것으로 서로 돕고 사는 것이지요.
-출처 한겨레신문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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