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6000시간 봉사한 할머니
2010.03.11 23:04
4년간 6000시간 봉사한 할머니
노인이라고 해서 따분하고 지루한 하루를 보낼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여기, 하루가 24시간이어도 모자라는 한 할머니가 있다. 김상분 할머니(71)다.
실제로 김씨 할머니를 만난 사람들은, 김씨 할머니의 연세를 알고 깜짝 놀란다. 절대로 70대로는 보이지 않는 정정한 모습 때문이다. 김씨 할머니는 “내가 이렇게 젊은 비결은 다 봉사활동 덕분”이라고 말했다.
치매 노인과 부모 없는 아이들 돌보는 할머니
아침 일찍 일어나 손자들 식사를 챙기고 학교로 보내면, 김씨 할머니는 서둘러 나간다. 뜀박질도 한다. 김씨 할머니가 도착한 곳은 인천시 동구 복지회관. 그곳에서는 치매 노인들이 김씨 할머니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 할머니는 치매 노인들을 만나자 마자, “○○ 할머니,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요!”라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100명이 넘는 치매 노인들의 말동무는 물론 식사 수발까지 책임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해가 저문다. 이제 김씨 할머니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인다.
매일 8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인천 자원봉사왕 김상분 할머니.
복지회관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방과후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김씨 할머니는 손자뻘 되는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준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집에 귀가하는 것은 저녁 6시가 넘어서다. 하루 8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고 셈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맞벌이 하는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 손자들의 식사를 챙기고 집안일을 한다. 70세가 넘은 몸으로 하기에는 버거울 수도 있는 일정인데, 김씨 할머니는 매일을 이렇게 생활한다. 때로는 노숙자 무료급식소인 ‘민들레 국수집’에서 일손을 돕기도 하며, 여기저기 사람 손이 필요하다는 곳은 다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김씨 할머니는 지난해 인천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인천시 자원봉사왕으로 인정받았다. 그 동안 김씨 할머니가 한 자원봉사는 기록한 것만 해도 총 6000여 시간이 넘는다. 4년 전 봉사활동 수첩이 생겼을 때부터 기록한 것이니, 10년 전 봉사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봉사시간은 1만 시간이 넘을지도 모른다.
동구 복지회관 관계자는 “나이가 있으셔서 힘들 법도 한데 늘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셔서 다른 봉사자들의 귀감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하면 할수록 보람이 늘어나는 것
김씨 할머니가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안일만 돌보던 김씨 할머니에게, 한 이웃이 “우리 동네에 복지회관이 생겼다는데, 우리 같이 봉사활동 해보자”고 권유를 한 것이 계기였다. 그래서 김씨 할머니는 동구 복지회관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김씨 할머니는 “언젠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집 주면에 복지회관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며 “처음에는 많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으로 활동을 해 나갔다”고 말했다.
“세상에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하다 보니 내 손길이 필요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어요. 그냥 집에서 쉬는 시간을 줄여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손을 빌려준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고 있어요. 참 신기하게도 봉사는 하면 할수록 보람이 배로 늘어나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면
김씨 할머니가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던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봉사활동이 활성화 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김씨 할머니는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봉사활동 인구가 늘어, 다섯 명 중 3명 이상은 봉사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 할머니는 “몸이 건강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 할머니가 이렇게 봉사활동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봉사활동은 김씨 할머니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김씨 할머니는 “아직 봉사활동을 모르는 사람들은 뭐 하러 그렇게 수고스럽게 일을 하냐고도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가짐이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요즘 이웃 간의 정이 없다고들 하는데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마음씀씀이가 예뻐졌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김씨 할머니는 길을 걷다가도 노인을 만나면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반갑게 인사부터 한다. 인사를 하다 보면 인사를 받은 노인도 김씨 할머니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게다가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한다는 생각에, 몸가짐도 더 바르게 하게 되니 정말 착하게 살게 된다고 한다. 김씨 할머니는 “봉사활동 하는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며 “특히 봉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웃는 얼굴이라 너무 예쁜데, 다들 어쩌면 그렇게 착하고 예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할머니
김씨 할머니는 봉사활동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남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젊어서는 내 사람들과 사는 것에만 신경 썼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삶을 살면서 나눔의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 할머니는 봉사활동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몸이 건강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봉사하고 싶어요.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건강 걱정도 따로 하지 않을 정도로 저절로 젊어지는 것 같아요.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제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이랍니다.”
정책기자 정성훈(고등학생) shj01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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