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현직 집배원이 프랑스 차기 대통령?
2009.12.31 23:03
[우정이야기] 현직 집배원이 프랑스 차기 대통령?
현직 집배원이면서 유력 정치인인 브장스노가 배달에 나서고 있다.
30대 초반의 현직 집배원이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그것도 태평양의 작은 섬 나라 정도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집배원 대통령이 나온다면 온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이다.
최근 프랑스의 정치 지형을 보면 이런 일이 어쩌면 3년 뒤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어도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닌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주인공은 이 지면에 두 차례 소개된 적이 있는 올리비에 브장스노다.(경향> 2008년 1월 29일, 2007년 4월 24일자) 올해 나이 34살의 브장스노는 이미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2002년과 2007년 ‘공산혁명동맹’이라는 극좌 정당의 후보로 나서 각각 4.25%, 4.08%의 득표율을 올린 것이다.
브장스노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은 대선 이후다. 지난 2008년 가을 경찰과 사설탐정 등이 브장스노를 미행·염탐하다가 적발되면서 큰 사회적 파문을 낳았고, 이게 ‘브장스노 사태’라 불리면서 그의 대중적 인기를 한껏 높여 줬다.
여기에 지난해 2월 공산혁명동맹을 해체하고 반(反)자본주의당(NPA)을 창당하면서 프랑스에서 두 번째 유명한 정치인의 지위에 올랐다. 제1야당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당수가 니콜라 사르코지의 밀어붙이기에 밀려 주춤거리는 사이에 전통적인 사회당 지지층까지 흡수한 것이다. 그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8% 안팎으로 나타났고, 이때부터 영국과 미국 등 외국 언론들은 ‘붉은(RED) 집배원이 사르코지에게 경고장을 배달하다’ ‘자본주의 종말을 배달하기 원하는 집배원’ 등의 제목으로 브장스노 특집기사를 다루기 시작했다.
현재 브장스노의 지지율은 루아얄을 포함해 프랑스 내 모든 좌파 정치인을 통틀어 가장 높다. 지금의 추세가 2012년 대선 때까지 이어진다면 사르코지와 맞붙을 제1 야권 후보는 집배원 브장스노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장스노는 대체 누구인가. 그는 2008년 1월 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집배원인 동시에 정당의 대변인”이라면서 “배달업무도, 정치활동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선 때는 무급휴가 2개월을 신청해 출마했으며, 1차 투표가 끝나고 곧바로 우체국에 복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소속 정당은 바뀌었지만 투잡 생활에는 변함이 없다. 파리 인근의 부자동네인 뇌이쉬르센 우체국에서 수~토요일이면 자전거를 타고 우편배달을 하고 있다.
그는 물리 교사인 아버지와 심리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파리10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뒤 1997년 집배원이 됐고, 이후 전문직 여성과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 여가시간엔 축구와 랩 음악을 즐기는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정치 성향은 자타가 공인하는 트로츠키주의이지만 전통 좌파와는 외양부터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정당 명칭에서부터 ‘공산’ 또는 ‘혁명’이란 단어를 뺐고, 당의 목표를 설명하는 웹사이트에는 트로츠키주의에 대한 설명 대신 ‘반핵’(反核) 또는 ‘팔레스타인 지지’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좌파들이 즐기는 칙칙한 가죽재킷이나 텁수룩한 구레나룻 대신 깔끔한 외모에 짧게 깎은 머리, 세련된 청바지로 국민 앞에 선다. 여기에 어린아이 같은 미소와 또박또박한 말투까지 겹쳐 그는 프랑스인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 사위’가 돼 있다.
‘당신은 여전히 혁명가인가’라는 물음에 브장스노는 “그렇다. 전보다 더 그렇다”고 대답한다. 시장경제를 철폐하고 은행 국유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신은 트로츠키주의자인가’라는 질문에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
“우리의 정치 논법은 노동자 운동의 각기 다른 전통 가운데 좋은 면을 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트로츠키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공산주의이든, 급진환경주의이든지 상관이 없다.”
노동자를 위하는 길이라면 무슨 주의와 관계없이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일종의 좌파 실용주의다. 이렇게 똑똑한 집배원 정치인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참으로 주목된다.
-출처2010 01/05 위클리경향 857호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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