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더 불편한 친구 도와줄래요”
2009.11.06 22:39
[교단일기]“더 불편한 친구 도와줄래요”
“선생님, 저 어느 학교 가야 하나요?”
3학년 2학기가 되자 우리반 약시 학생인 통통볼 나팔소녀(별칭)가 특수학교, 국악, 일반계, 전문계 중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지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그동안 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정하기에 앞서 부모님과 함께 진로 체험학습을 하도록 권했다.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뒤, 부모님과 함께 특수학교를 방문하도록 했다. 다음날 아침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저보다 눈 나쁜 애들이 많아 제가 도와줄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아 참, 체육시간에 어떻게 수업하는지 알아보는 걸 깜빡했어요.” 마음 한 구석으로는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표정이 밝아 안심했다.
그동안 약시반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 활동으로 태평소와 피리를 배웠기 때문에 국악전공 대학생들의 연주회를 관람하는 기회도 갖도록 했다. “국립국악원에 처음 가봤는데, 언니 오빠들이 진짜 연주 잘했어요. 저도 1학년 때부터 배웠으면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번 여의나루역에서 지하철 공연 봉사활동을 할 때 박수를 많이 받았지만 사실 삑삑거리는 소리도 내고 조금 틀렸어요. 대학생 공연을 보고 오니 연주할 때 입는 옷을 입어보고 싶어요.”
특수학교, 국악고에 이어 일반계 고교와 전문계 고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도 만들었다. 회계사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경영학을 공부하는 대학 1학년 약시반 졸업생,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학생을 금메달로 이끈 공업고 시각장애 교사, 영어를 가르쳐주는 장애인복지관 학습지도 자원봉사 선생님이자 우리 학교 졸업생, 그리고 통통볼 나팔소녀와 부모님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영학 공부뿐 아니라 밴드 동아리활동을 하고 또 다른 약시 후배를 위해 영어 자원봉사까지 한다는 선배, 각종 시력 보조장비의 도움과 꼼꼼한 선수 관리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지도한 교사의 사연을 듣고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좋은 조건과 부모님이 계신데 뭐가 걱정이냐. 어떤 일이든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나는 하루 24시간을 분도 아니고 초로 계산해 생활한다.
기능대회에 나가면 1초가 정말 소중하다. 1초 차로 금메달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30대에 중도 실명이 됐어도 포기하지 않고 학교에서 모든 활동을 학생들과 함께한다. 앞으로는 특수교육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할 생각이다. 힘을 내라. 지금부터 시작이다.” 통통볼 나팔소녀는 그 어떤 수업시간보다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또 영어 자원봉사 선생님은 대학 생활도 바쁘지만 후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함께하자고 새끼손가락을 걸기도 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많은 얘기를 하다 보니 밤 9시가 돼가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 얘기를 나누다보니 고민이 해결된 것 같고 정리가 됐어요.”
1주일 후, 통통볼 나팔소녀를 지도해주는 음악선생님의 공연이 있어 국립국악원에 가려고 준비하던 중, 학교를 결정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특수학교에 가서 나보다 더 눈이 불편한 친구도 도와주고 음악활동도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집이 멀어 너무 힘들면 이사하면 되지요.”
<이덕정|여의도중 교사>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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