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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아기와나

2009.10.19 23:45

둥굴이 조회 수:1670

방금 돌아오겠다며 나간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초등학생인 타쿠야(진이)에게는 아빠와 갓 태어난 동생만 남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이 비극적인 상황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다시금 일상이 찾아온다. 엄마가 떠나버린 빈자리를 느낄 틈도 없이 타쿠야는 자신이 돌봐 줘야 할 어린 동생 미노루(신이)와 끝이 없는 가사일에 맞딱 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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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는 엄마가 없는 세 부자의 일상을 통해 피어나는 가족애를 그린 만화다.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는 잔잔함에서 찾을 수 있다. 엄마의 부재가 불러 일으키는 가슴 아픈 상황도 물론 드러난다. 그러나 가족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의 슬픈 심경을 필요 이상으로 건드리거나 졸지에 기구한 신세가 되어버린 소년의 비애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머니의 부재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 속의 소소한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낼 뿐이다. 그 속에서 웃음이 묻어나고 잔잔한 감동이 솟구친다. 가족 안과 밖을 넘나들며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가 탄생하는 동안 줄곧 부각되는 것은 엄마의 빈자리이기보다 타쿠야와 미노루의 끈끈한 형제애다.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이 만화는 이내 작은 가족 구성원에서부터 이웃과 친구, 동료로까지 시선을 확장시킨다. 타쿠야의 가족은 물론이고 타쿠야가 다니는 학교, 미노루가 다니는 보육원, 아빠의 회사, 타쿠야의 이웃인 기무라 가족, 친구인 후지이 가족 등이 무수한 에피소드에서 번갈아가며 부각된다. 물론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도 주인공인 타쿠야와 미노루는 끊임없이 개입된다. 이러한 시선의 확장은 주인공이 슬픔과 상실감에 매몰되지 않고 손쉽게 일상으로 넘나들게 함으로써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준다.

<아기와 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다루고 있지만 조금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힘이 크다. 주인공인 타쿠야, 미노루, 아빠 뿐 아니라 이웃의 세이치(성일), 타쿠야의 친구 곤(장수)과 아키히로(철이), 그 동생들인 히로코(용이)와 이치카(이랑) 등 개성있는 조연들이 대거 등장한다. 잘난 사람은 모든 면에서 잘났고, 못난 사람은 모든 면에서 못났다는 인물의 극단적인 이분법적 설정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런 점만 제외하면 다양한 캐릭터 간의 특색과 조화도 잘 살려내고 있다. <아기와 나>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모두가, 심지어는 아기들조차도 독특한 개성을 갖는다.

이러한 개성파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키면서도 작가는 시종 친숙함에 호소한다. 만화 속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주위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모습을 포착해 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워낙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니 그 중 한 명 정도는 주위에서 보지 않았겠는가. 이러한 인물들이 벌이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조차 별개의 동떨어진 세계에서 펼쳐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작가는 한 편의 에피소드 안에 담백하게 펼쳐 놓는다. 이 만화는 타쿠야와 친구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친구와의 갈등, 이성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육아 노이로제, 직장 여성의 딜레마, 노년의 삶에 대한 애환까지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주인공의 연령에 해당하는 유년기 뿐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성년기, 중장년기, 노년기의 삶까지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 연령층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리얼리티는 쉽사리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컷 한 컷에서 작가가 주위의 일상에 얼마나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작품 속 시간으로 2년 남짓한 세월동안 여름 휴가와 크리스마스, 신년행사 등이 숱하게 그려지고 있는 점이야 옴니버스식 만화의 연재에 있어 시기적 요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치자. <아기와 나>는 만화가 자극적인 소재나 상황 설정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만화를 통해 울고 웃는 동안 삶의 진정한 묘미나 행복은 일상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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