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집배원은 나의 천직이죠 <서승범 회원> 2005년 9월호 우리안양
2009.10.10 23:40
“집배원은 나의 천직이죠!”
안양우체국 친절왕 서승범씨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오토바이 가득 우편물을 싣고 석수2동, 골목골목을 누비는 서승범(42세)씨의 온몸은 흠뻑 젖어있었다 . "찜통더위는 그래도 괜찮아요. 폭우가 쏟아질 때면 아무리 소중하게 우편물을 다루어도 젖기 일쑤죠" 왜소한 그의 어깨 너머로 믿음과 신뢰가 물씬 풍긴다. 그의 출근시간은 07시, 아침에 오는 빠른 우편물과 등기, 택배를 챙기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가족적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어김없이 09시면 120여명의 집배원들에게 서비스교육을 전파하는 CS리더(고객만족 )다 .
"고객은 우리의 희망. 오늘도 다 함께 실천하자.
용모 복장을 깨끗하게. 안녕하십니까? 좋은 하루 되십시오…"
직원들과 함께 매일 복창하는 구호지만, 외칠 때마다 각오가 새롭다 . 그는 집배실을 나서기 전 좋은 인상으로 고객을 만나기 위해 1분 명상을 한다. 체질에 딱 맞는 천직이라고 자부하는 집배원이 된 것은 1993년 길을 가다가 우연히 모집광고를 보면서부터다. 보람과 긍지에 앞서 어려움도 많았다 . 첫 배달 구역은 달안동 샛별 아파트였다. 배달만 끝나면 집에 가는 줄 알고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어 ~ 유 아파트란 곳이 우편함이 쫙 있는 거야 . 어디에 어떻게 넣는 줄도 모르고 진땀을 흘리다보니 자정이 넘었어요." 밤 12시가 넘도록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꼬박 굶은 상태였다 .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우체국에 들어 와서 누구에게 전달했나! 등기장 쓰고 반송사유까지 쓰는데 이일을 해야 되나 말이야 되나 골백번도 더 생각했다 . "비에 젖은 종이가 번져 다림질까지 하며 우제부가 이런 것인 줄은정말 몰랐어요. 지금은 PDA( 개인용 휴대단말기) 지급으로 엄청 좋아졌지요."라며 옛날을 회상한다. 요즘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부를 전하기에 가슴시린 육필 편지는 급격히 줄고 각종 요금 청구서나 홍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한지 오래다 .
우편물 중에도 군대에서 온 편지나 장정소포를 배달할 때면 , 이들의 체취가 베인 옷을 받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간혹 하단에 ‘우체부 아저씨 감사합니다.'란 문구만 보아도 그의 하루는 그저 즐겁다 . 11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는 배달구역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다. 어른들이 “더운데 고생이 많네"라고 격려할 때나 발음조차분명하지 않은 아기들이 ”아저씨 ! 안녕. 빠이빠이”하며 고사리 손을 흔들 때면 뭉쳤던 다리 근육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
순서대로 구분한 우편물이지만 구 도시는 1번지 다음에 2번지는 뚝 떨어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늘 달리다시피 시간에 쫓기는 배달 업무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골목길을 역 주행하거나 종종 인도로 오토바이를 몰다보면 접촉사고에 무방비 상태다. 때로는 풀어놓은 개에 물릴 때도 있었다. 대충 연고만 바르고 배달할 때 얼마 나 아프던지 그 후부터 개 짖는 소리만 들려도 가슴부터 쿵쿵 뛴다. 어찌 이것뿐이랴 !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똥골( 분뇨처리장 ) 을 지날 때 쌓아둔 공사장 모래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며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꿰매고 붕대 감은 채 계속되었던 배달은 생각조차 싫다 .일반우편은 함에 넣으면 되지만 등기와 택배는 사람을 만나야 된다. 헉헉대며 6층까지 올라가서 빈집일 때는 허탈하다. 요즘은 맞벌이 증가로 빈집이 많기에, 방문 일시와 재방문 일시를 붙여 놓고 나오는 일이 빈번하다.
옛날에는 편지라면 뛰어 나오기도 했는데 요즘은 우편물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독촉장이나 주차위반, 법원등기, 내용증명 등을 전달할 때면 곤욕이다.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꽝’ 닫는 문소리에 신경이 곤두선다. 광고성 우편물이 늘다보니 안 가져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송시키면 ‘왜 살고 있는데 반송이냐’고 보낸 측의 항의전화 또한 골치라고. 하루 1500여 통을 배달 하지만 카드결제나 의료보험, 전화요금… 등이 몰리는 15일부터 25일 사이는 3천여 통으로 늘어나고 , 신도시 아파트의 경우엔 5천여 통이나 된다. 배달이 끝나면 우체국에 들어와서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순서대로 구분하고 8시쯤 퇴근하지만 각종 고지서가 집중되는 시기엔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퇴근길은 언제나 녹초가 되지만 19개월짜리 아들의 재롱을 보며 아내와 보내는 시간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그는 "집배원은 중노동이라서 살찐 사람이 없지만, 일과 운동은 다르죠."라며 쉬는 날이면 왕복 28km 정도 안양천을 달리며 체력을 다진다. 우체국 택배는 민간택배와 달리 산간오지의 소규모지역까지 연결 수송하는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어 공신력과 함께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장동혁 안양우제국장을 비롯한 전 직원의 열정과 서비스가 고객들의 좋은 평가로 이어지며, 2002년부터 지금까지 경영평가 1등급관서. 서비스헌장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고 있다 .
집배실 배진석 실장은 "서승범씨는 매사에 성실하고 정확하기에 민원유발이 없고 모범적이라서 CS리더로 선정되었지요. 흠이라면 키가 작아서 다른 사람 한발 뛸 때 두발 뛰는 것 뿐 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에서 11년 동안 최선을 다한 결과, 그는 2005년 2/4 분기 안양우체국 배달친절왕(Cs star)으로 선정됨과 동시에 서울체신청 집배분야 CS Superstar의 영광 을 차지하며 서울제신청장 상을 수상했다 .
그는 "변해야 살기에 직원들 모두 인사나 - 표정관리 잘하고 예의바르게 고객을 대하지요. 애쓰고, 열심인 집배원들도 많은데 제가 뭘 했다고…"라며 인터뷰 내내 겸연쩍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재경 / 명예기자〉
출처 우리안양 2005년 9월호 이웃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