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이 시대 우표란 무엇인가
2009.08.27 22:50
[우정이야기]이 시대 우표란 무엇인가
미 TV 쇼 50년 우표전지. 필라코리아 2009 전시장 모습.
"적자 나는 우체국에서 새 우표를 만들 필요가 대체 어디 있나.”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오키페가 얼마 전 이런 요지의 칼럼을 실었다. 미 우정청이 지난 50년 동안 미국에서 인기를 끈 TV 드라마나 쇼 20개를 골라 우표로 만든 것을 비판한 것이다. 미 우정청이 워낙 큰 적자를 내다보니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지적하는 기사는 여러 번 나왔지만 신규우표 발행 자체를 문제삼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오키페는 이 글에서 “기념우표 한 장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데 4만달러가 든다고 한다”면서 “유명인의 초상권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지만 디자인하고 색을 입히는 여러 예술가에게 돈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한 푼이 아까운 판에 그런 돈을 왜 쓰느냐는 것이다.
우정청의 우표담당 국장인 데이비드 페일러는 “우표는 무한한 자유발행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200만명의 골수 우표수집가와 1000만~2000만 우표보관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면서 “우표에 실린 TV쇼는 우리나라만의 자랑”이라고 반박했다. 발행에 드는 비용보다 더 큰 가치가 우표에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이 글이 실리자 댓글도 줄줄이 달렸다. “우정청이 우표가격은 자꾸만 올리면서 왜 돈 들여 새 우표를 발행하나”라며 글 쓴 이의 편에 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격 인상이 불만이라면 캐나다로 이사가면 될 것”이라며 우정청 편을 드는 글도 있다. 앞의 사람은 미국의 우편요금이 지난 3년 간 해마다 올라 현재 44센트라는 것을, 뒤의 사람은 캐나다의 우편요금이 98센트라는 점을 각각 찬반의 근거로 든 것이다. 미국은 우정청이라는 정부기관이 직접 우정사업을 하고, 캐나다는 우정공사라는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데 따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오키페의 이 글이 미국 내에서 그다지 먹혀드는 것 같지는 않다. 우정청의 적자가 아무리 많다 해도 새 우표조차 만들지 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내 이런 논쟁은 우표의 효용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얼마 전에 열린 2009 아시아국제우표전시회를 보자. 우표의 가치가 가장 빛을 발하는 때가 전시회다. 이번 필라코리아에서 명예대상은 홍콩사람, 국가대상은 한국의 김요치씨가 각각 받았다. 우취인들은 국가 대상이 일본인에게 돌아갈까봐 마음 졸였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씨는 ‘대조선과 대한제국(1884~1909)’이라는 작품을 냈는데 일본인 이노우에가 거의 같은 시기의 우표를 가지고 ‘한국의 우편사(1876~1910)’라는 작품을 만들어 출품했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최한 우정사업본부와 우취연합회는 다른 대회 때보다 더 많은 4만 관람객이 찾는 등 성황리에 끝났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눈으로 보면 이런 자평이 조금 무색해진다. 우선 필라코리아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번 대회를 치르는 데 정부 예산이 16억원 정도 들었지만 대부분 외국 참가자 초청비로 쓰였을 뿐 홍보에 쓰는 돈은 없다시피 했다. 신문과 TV에 변변이 광고 한 번 내지 않았으니 4만명이 알아서 찾아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골수 우취인’이 아닌 이상 국가 대상을 어느 나라 사람이 받든 관심 밖이다. 전시회를 여는 목적이 국민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것에 있는데도 우취인들만의 행사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우표전시회 개최문제를 놓고 우취계와 우정사업본부 사이에 보이는 시각 차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우표전시회는 나라마다 10년 단위로 여는 게 관례다. 우리나라는 우표 발행 100주년이 되던 1984년과 1994년에 열었고, 2004년 행사는 월드컵에 맞춰 2002년에 앞당지기도 했다. 2014년 세계전시회는 국제우취연맹(FIP)의 승인을 받아 열 수 있다. 우취계는 당장이라도 대회 신청 준비를 서두르자고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대회를 치르려면 50억원이 필요한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자는 입장이다.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우표의 가치를 외면해선 안 되겠지만 일반 국민과 동떨어진 채 우취만을 고집하는 것도 위험하다. 우표를 국민 속으로 집어넣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종탁 출판국 기획위원 jtlee@kyunghyang.com>
2009 09/01 위클리경향 8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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