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기부액 10만원… 美의 10% 수준기부문화 현주소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발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기부문화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점차 확산하고 있고 일상생활에 정착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비영리공익재단 ‘아름다운 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기부와 자원봉사 참여 여부 조사 결과에서 개인 기부 참여율은 55%, 국민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0만9000원이었다. 기부 참여율은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가 최근 경기불황 여파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기부액은 2005년에 비해 3만9000원 늘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연간 총기부액을 총GDP로 나눈 GDP 대비 기부액 비율이 한국은 0.5%인 데 비해 미국은 1.7%, 네덜란드 0.9%, 호주는 0.68% 수준이다.

미국은 2006년 기부 참여율이 83%,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13만원이었으며, 캐나다는 2004년 조사에서 기부 참여율이 85%, 1인당 기부금액은 35만원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 기부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기적인 기부보다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나 극빈층에 대한 동정에서 나오는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라는 평가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자들이 연말연시에 독거노인이 사는 곳이나 보육원에 선물을 주고 기념사진을 찍고 가지만, 이때가 아니면 기부에 무관심한 행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1억원 이상 개인 기부자나 연간 30억원을 내놓는 법인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식 회원 9명, 비공식 개인회원 20명, 법인회원 14곳에 불과하다. 미국의 고액기부자 클럽 ‘토크빌 소사이어티’에 2만명의 기부자가 연간 5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행인 것은 점차 ‘기부’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단순히 현금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봉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업체는 무료로 보육원 등에서 컴퓨터 강의나 수리를 해주고, 의사는 의료봉사를 하며, 사진작가는 자선화보 촬영 수익금을 기부하는 식이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인 박태규 연세대 상경대학장은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려면 다음 세대의 기부층을 튼튼히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이 자원봉사 경험을 통해 기부에서 얻는 기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세계일보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