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없는 세상, 우체국 '11년흑자'의 비밀
2009.01.07 23:02
편지없는 세상, 우체국 '11년흑자'의 비밀
[머투초대석]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
정부 조직과 공무원은 비효율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이 같은 편견을 깨는 조직이 우체국으로 더 많이 알려진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다. 우본은 지식경제부 내 한 본부로 엄연한 정부 조직이지만 민간기업 수준의 경영효율을 내고 있다.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은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데 정부 조직으로 이같은 실적을 내는 곳은 아마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우본의 흑자 행진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달성한 것이라 더 의미가 깊다. 우본의 주 수익원인 우편 물량은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예금과 보험 등 금융서비스 부문도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본은 지난해 우편 부문에서 600억원,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400억원의 이익(추정치)을 냈다. 정 본부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직원들의 노력에서 비결을 찾았다. 지방자치단체의 고지서 배달 업무를 우체국이 대행하는 등 신규 사업을 개척하고 법원의 송달 업무를 간소화해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우본은 끊임없이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가거도 등 외딴 섬을 비롯한 낙후지역의 우편 및 금융서비스도 우본이 포기할 수 없는 부문이다. 정 본부장은 "250원짜리 우표만 붙이면 독도 수비대든 가거도 주민이든 전국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며 "이익만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라면 이런 돈 안 되는 우편 배달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본은 은행 지점이 없는 낙후지역에서 금융서비스도 제공해 농어촌, 섬 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금융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우본은 이제 수출 전진기지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우정(우편업무) 정보기술(IT) 현대화 기술은 카자흐스탄과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 수출될 예정이다. 기술 수출로 우본이 돈을 받는 것은 없지만 SKC&C와 LGCNS 등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
우직한 소처럼 맡은 소임을 우직하게 해내고 있는 우본의 정 본부장을 만나 우본의 경쟁력과 공공성, 올해 구상 등을 들어봤다.
◇"은행이 섬 주민까지 배려할까요?"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으로선 전국에 퍼진 우체국망이 매력적일텐데요. 우본의 금융서비스 부문을 인수하고 싶어하는 곳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과거에 우본을 우정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었고 새 정부 들어서도 우본을 공사화하는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우본을 공사화하거나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서비스 부문을 분리한다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전제 조건이 상당히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본의 공공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낙후된 농어촌에는 우체국이 아니면 들어갈 금융기관이 없습니다. 가거도라고 목포에서 4시간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이 있는데 그 곳에도 우체국은 있습니다. 우본이 정부 조직이 아니고 경제 논리를 우선시해야 한다면 이런 곳에 지점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공사화나 민영화 논의에 앞서 우체국의 공공성을 지닌 보편적 서비스가 후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편과 금융의 분리도 이런 공공성 측면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농어촌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이체해주는 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우체국입니다. 그나마 우편과 금융을 같이 하니까 시너지가 있지만 이 둘을 분리한다면 둘 다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우체국은 금감원 감독보다 더 센 규제 받아요"
-민간 금융기관들은 우본의 금융 사업에 좀 불만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은행이나 보험회사와 달리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 않으니 불공정하다는 거죠.
▶우본은 금감원보다 오히려 더 많은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우본은 정부 조직입니다. 직원 한 명, 택배차량 한 대를 늘리는 것도 지경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국회 허락까지 받아야 합니다. 정부 예산이 걸린 문제니까요.
금융서비스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우체국은 법적으로 예금을 받을 수 있지만 대출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예대마진을 얻을 수가 없어요. 고객들에게 예금 이자를 주려면 자산을 운용해서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산운용도 규제를 받습니다. 주식의 경우 예금은 5% 미만, 보험은 20% 미만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한도도 4000만원으로 묶여 있구요. 서민들을 위한 가계보험으로 시작했기 때문이죠.
저는 거꾸로 이렇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우본이 금감원 감독을 받을테니 다른 금융기관들도 지경부의 관리와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를 한번 받아보라고요. 아울러 법에 보면 지경부 장관이 금융당국에 우본의 건전성 심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금감원 감독을 왜 안 받느냐는 불만들이 많아 지금 금감원의 심사를 받고 있는데 다만 정부 조직이 민간기관인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어서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규사업 개척으로 살 길 찾아요"
-이메일의 영향으로 우편물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우편물량은 지난 2002년에 최고 55억통을 기록한 뒤 감소 추세입니다. 2002년은 전자정부 1단계 사업이 완성됐고 초고속인터넷 가입 가구가 1000만 세대를 돌파한 해입니다. 이후 우편물량은 매년 5% 내외씩 줄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엔 46억통까지 감소했죠.
이른바 핵심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극복하려면 매출은 늘리고 비용은 줄이는 방법 외엔 없습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선 지자체에서 나오는 각종 안내문과 고지서를 우체국에서 대행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과거엔 지자체 직원들과 통·반장들이 일일이 배달했던 것을 우체국에서 일괄 대행하자는 거죠.
천안시에서 처음 시작했는데요. 예컨대 세금 고지서를 발송해야 하면 천안시에선 세금 납세자와 세금액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우체국에 전달합니다. 그러면 우체국에서 고지서를 만들어 배송하는 업무까지 대행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데 건당 250원에서 270원 정도의 비용이면 됩니다.
지자체는 비용이 줄어서 좋고 우체국은 매출이 늘어서 좋고 서로 상생하는 거죠. 천안시 사례가 지방행정 혁신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우편물 대행 사업이 다른 지자체로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6 시그마로 혁신조직으로 재탄생했죠"
-우본의 '6(식스) 시그마 운동'도 혁신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제가 빠지지 않고 반드시 참석하는 행사가 '6 시그마' 성과보고회입니다. 우본에 '6 시그마'를 도입한지 올해로 6년째가 되는데 그간 1211개의 문제를 다뤘고 1286억원의 재무적 성과를 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법원의 재판 관련 서류 송달 업무입니다. 법원 서류는 송·수신인을 일일이 기록해야 하고 배달이 완료되면 접수 확인증에 사인을 받아 법원에 다시 보내줘야 합니다.
법원서류 1만통이 접수되면 우체국은 하루종일 난리가 납니다. '6 시그마'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 중에 이 문제를 혁신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법원에서 어차피 수신인 이름과 사건 내용 등을 컴퓨터에 정리할테니 우체국에서 다시 일일이 입력하지 말고 이걸 그대로 우체국 전산과 연결시키자는 제안이었죠.
이게 실현이 돼서 이제는 법원 서류가 몇 통인지 확인만하고 바코드만 붙이면 됩니다. 배달이 완료되면 현장에서 PDA에 접수했다는 서명을 받아 법원 전산으로 송고도 해줍니다.
이 결과 비용과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절감됐습니다. (우본은 지난 2006년 이같은 법원서류 송달 간소화로 87억원의 비용을 절감했고 법원은 재판기일을 3일가량 단축시켰다)
또 다른 '6 시그마' 성공 사례는 택배 문자메시지 서비스인데요, 요즘은 배달을 나가면 문자메시지로 예고통지를 합니다. 받는 분이 집에 없으면 '2시경에 와 달라'거나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답신을 보내요. 두 번 갈 걸 한번만 가도 되니 비용은 줄고 고객은 편하니 자꾸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게 되죠.
◇"우체국은 매출로 대기업 22~23위권 기업입니다"
-혁신 노력이 있었기에 11년 연속 흑자가 가능했다는 얘기도 되겠네요.
▶우본의 연간 매출액이 10조5000억원 수준입니다. 대기업 순위로 따져도 22~23위 정도입니다. 택배 사업은 국내에선 대한통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국제적으론 세계적인 회사인 DHL, 페덱스 등과 경쟁할 정도입니다.
금융서비스 사업도 수신 규모가 40조원으로 은행순으로 6위권은 되고 보험은 5위권에 듭니다. 정부 조직으로서 공공성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우편요금은 250원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 가장 저렴합니다. 자화자찬일 수도 있지만 성공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우정 IT 시스템은 외국에서 많이 찾아와 배워 가려하는 모범 시스템입니다.
◇"우체국의 IT 시스템 해외로 수출합니다"
-우정 IT 시스템은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선 우정사업에 IT를 접목해 효율이 크게 늘었어요. 우편 고객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내 우편물이 어디쯤 오고 있느냐는 겁니다. IT를 통해 고객의 우편물이 어느 집중국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우편 배송트럭에는 음성으로 사고가 있으니 어디 길로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트럭을 조기에 찾아 조치를 하기도 하고요.
이런 시스템을 보여주면 외국 우정 관계자들이 감탄합니다. 1차로 카자흐스탄 우정 현대화 사업이 2011년까지 5000만달러 규모로 진행되는데 SKC&C가 1차 사업인 우편물류 e-로지스틱스 구축사업에 최종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오는 6월까지 완료할 예정입니다. 1차 사업 규모만 557만달러 수준입니다. 중소기업과 단말기 중심의 수출에서 시스템통합(SI) 기업과 중소업체가 동반 진출하는 선단형 수출 기반을 마련한거죠.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우정 현대화를 계획하고 있는 몽골 등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우정청에 국내 IT기업의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머니투데이 대담=권성희 정경부장, 정리=최명용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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