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봉사활동을 다단계로 해요” 

‘다단계 판매(마케팅)’은 흔히 가족과 사회를 파탄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다단계 마케팅’을 적극 도입해 가정과 사회를 오히려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다. 관점을 바꾸면서 부정이 긍정이 되는 좋은 사례다. 광진구(구청장 정송학)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활동에 ‘다단계 네트워크 마케팅’을 적극 도입, 봉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모은 봉사자만 1만8000여명에 이른다.

‘아름다운 세상만들기’라는 프로젝트로 추진중인 이 사업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광진구 자원봉사센터의 대표적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자원봉사자 저변을 늘리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다.
우수 봉사자들에게 새내기 봉사자 발굴 및 육성을 맡기고, 우수 봉사자로 발전한 이들은 다시 더 많은 사람들을 봉사활동에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이다. 이를 통한 회원 모집은 ‘다 망하는’ 것이 아니라 ‘다 살리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광진구는 이 사업을 통해 40만 구민 전체가 자원봉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봉사자 피라미드’로 저변 확대=‘아름다운 세상만들기’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 사회운동에서 힌트를 얻었다.

‘Pay It Forward’라는 이름의 이 운동은 어떤 사람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내가 돕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이 받은 것을 되돌려주라는 내용이다.
이미 캘리포니아 노바토의 ‘힐 미들 스쿨’ 등 미국 전역의 초중고등학교 뿐 아니라 ‘센터바바라 사회재단’ 등 많은 사회단체에서 이 운동은 활발히 진행중이다.
광진구 자원봉사센터는 먼저 멘토 역할을 하는 우수 엘리트 자원봉사자를 9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이들은 각자 다섯 명의 새내기 봉사자를 육성, 이들에게 봉사활동의 보람과 의의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렇게 해 멘토 한명이 다섯명의 새내기 회원을 확보하면 1000명의 봉사자가 생겨나고, 이 1000명이 또한 각각 5명의 신규 자원봉사자를 추천하면 5000명 봉사자가 꾸려지게 된다.
물론 이 사업은 자원봉사자 ‘양적 확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역시 제공하고 있다.
1년간 200시간 이상 봉사자는 실버메달, 300시간 이상 봉사자는 골드메달, 400시간 이상 봉사자는 다이아몬드 메달을 각각 받게 된다.
이들은 또 봉사활동 실적 등에 따라 메달별 3명씩 해외봉사활동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봉사자 스스로 얻게 되는 봉사활동에 따른 보람과 기쁨은 인센티브보다 더한 값진 보상이다.

◆‘돈 있는자 돈으로, 시간있는자 시간으로’=‘아름다운 세상만들기’ 말고도 광진구 자원봉사센터가 내세우는 사업은 더 있다. ‘4대 봉사단’이 그것이다.

각자 상황에 맞는 자원봉사 활동을 보장, 지원하는 것이 이 사업이다.광진구는 먼저 지난 4월 공무원 봉사단을 결성했다.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몇몇 공무원들의 알려지지 않은 선행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봉사단에 참여한 광진구 공무원은 모두 226명. 전체 직원의 2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들은 휴일이나 퇴근후 짬을 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공무원 봉사단 활동내역은 광진구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역내 저소득 계층과 시설을 후원하는 것 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방문, 급식봉사 목욕봉사를 하거나 폭우?폭설과 같은 재난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을 찾기도 한다.
아차산과 주변 고구려 역사유적을 보호하는 지역 환경개선활동을 벌이는 것도 이들 몫이다. 공무원 봉사단은 기름유출사고가 났던 충남 보령에서 기름띠 제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광진구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봉사단’도 있다. 지역내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봉사단이다. 현재 33명인 광진 노블레스 오블리주 봉사단에는 정송학 광진구청장을 비롯 권택기?추미애 국회의원, 기업체 CEO, 변호사, 의사, 약사, 한의사, 회계사 등은 물론 광진구에 살고 있는 탤런트 양형호씨와 조민기씨도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들은 금전적인 후원 뿐 아니라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리면서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물론 기본은 복지시설 방문 노력봉사이다. ‘Great 광진 가족봉사단’도 빼놓을 수 없다.
80가족 165명으로 꾸려진 가족봉사단에서는 특히 자녀들에게 봉사활동의 참의미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호응이 남다르다.

지난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가족봉사단은 가평 꽃동네와 광주 한사랑마을 등 시설에서 노인들과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복지시설 방문 봉사활동 뿐 아니라 청정광진 캠페인과 아차산 가꾸기 등 지역환경개선활동, 지역축제 도우미 등 문화활동까지 함께하고 있다.
이밖에 광진구는 2009년 ‘기업봉사단’을 꾸릴 채비를 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주민을 통해 이윤을 얻는 기업이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그 이익을 환원하고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봉사단 활동을 하는 기업은 안으로는 정신적 풍요를 중시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밖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원봉사센터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광진구 자원봉사 활동은 연말연시 반짝 이뤄지는 연말행사가 아니라 일년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연중행사”라며 “올해로 개설 10년을 맞은 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구민 모두가 자원봉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발굴,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헤럴드경제 이진용 기자(jycaf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