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추억 "요즘은 용건만 배달합니다"-배진석 씨
2008.12.25 11:40
배달의 추억 "요즘은 용건만 배달합니다"
26년 베테랑 집배원 배진석 씨의 우편배달 이야기
연말연시다. 늘 추위 속에서 한 해가 오고 가지만 우리에게는 성탄 카드와 연하장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온정이 있었다. 그래서 연말이면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이 집배원이었다. 그러나 그런 따뜻한 온기도 이젠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고 있다.
배진석(51)씨. 그는 지난 83년 서울 체신청에 입사한 이래 26년 동안 집배원 생활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신당동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도 그는 2000여 장의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그러나 우편 문화는 세상보다 더 많이 변했죠"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한 말이다.
80년대 그가 집배원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동네의 주민들이 가장 반가와 하는 손님은 단연 집배원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배달업무가 정겨웠어요.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지로 남편을 일하러 보낸 부인들은 날마다 집배원만 기다렸어요. 배달을 위해 관할 구역으로 들어서면 '내게 편지가 오지 않았느냐'면서 먼저 달려오는 분도 많았고, 편지가 없어도 집에 들어와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권하는 동네 주민들도 많았죠. 명절 때면 동네 주민들이 준 선물을 한 아름씩 안고 집에 들어갈 때도 있었습니다. 집배원이란 직업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 때였죠." 배씨는 80년대를 그렇게 회상했다.
배씨의 말로는 80년대는 젊은이들의 연애 편지도 무척 많았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기다리는 연애편지를 혹시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먼저 볼까봐 골목길까지 나와 집배원을 맞았다"면서 훈훈한 정과 반가움을 배달하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옛날과 너무도 달라졌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90년대 이후는 직접 쓰는 편지는 거의 사라졌어요. 인터넷이 생기면서 편지가 사라졌고, 몇 년 전부터 휴대폰 문자 사용이 늘어나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도 차츰 사라지는 추셉니다. 연하장이 줄면서 지금은 연말연시라고 특별히 바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배달 현장에서 느낀 변화를 배씨는 그렇게 설명했다.
실제 우정사업본부 집계를 보면 연하장 발행량이 지난 2004년에 1200만 장에서 2007년에는 1000만 장으로 줄었고, 올해는 880만 장으로 뚝 떨어졌다.
연하장이 줄어들면서 세태도 많이 각박해졌단다.
배씨는 "과거에 비하면 집배원을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배씨는 "요즘은 각 가정에 배달되는 우편물이 각종 고지서나 주차딱지, 벌금 통지서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면서 "배달되는 것들이 받는 사람을 부담스럽게 하니 집배원이 오면 '맨날 돈만 내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핀잔을 준다"고 털어 놓는다.
배씨는 그래서 "집배원을 과거처럼 좋은 소식을 전하는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저 공무원으로써 주어진 공무에 충실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밝혔다.
배진석씨는 나이가 들면서 집배업무도 점차 힘들어진다고 실토했다.
배씨는 "우편물 자체는 옛날보다 많이 줄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보다 우편물 종이질이 고급스러워져서 무게는 훨씬 더 늘었다"고 설명한다. 배씨는 또 "젊은이들은 힘이 좋아 하루 7-8시간이면 되는 배달 업무가 나이 든 나에게는 8-9시간이 돼야 끝난다. 그러나 요즘 젊은 후배들에게 배당된 일을 나눠줄 수도 없다"면서 고단한 집배원 생활을 털어놨다.
배씨는 그러나 집배원으로 살아온 평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집배원 생활을 하면서 두 아들을 대학에 보냈고, 사랑하는 부인과 단란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배씨는 20년 동안 '소쩍새 마을'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고 있다고 살짝 밝혔다. 배씨는 "일이 바빠서 불우한 아이를 직접 가서 씻겨주고 돌봐주지는 못하지만 돈으로나마 후원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과거 따뜻한 온기를 전하던 중년의 집배원은 아직도 그 정겨움을 가슴에 지닌 채 변해버린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출처 노컷뉴스 CBS경제부 이정희기자 ljh@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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