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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연말, 이웃과 정 나눠야 하는 이유

 
아무리 어려워도 보고 싶은 사람과 못다 한 이야기 나누며 술 한잔 기울이는 송년회까지 안 할 수는 없다. 동료와 친구와 또 이웃과 함께 하는 한잔의 술이 서로 힘이 되고 마음이 되어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없다면 연말은 두려움이다. 해는 저물어가는데 이 세상 나 혼자라는 외로움이 몰려오면 그것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 아무리 주머니가 가볍더라도, 주위 사람에게 빈 손이라도 내밀고, 또 누군가가 손을 내밀면 기꺼이 잡아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새해를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다.

기자가 즐겨찾는 ‘시애틀 우체부의 사는 이야기’라는 개인 블로그(blog.naver.com/josep hkwon?Redirect)에서 얼마 전 연말 모임과 관련해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이 블로그의 주인공 권종상씨는 1990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집배원 생활을 하는 전직 기자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그의 공개 글에 이력이 나와 있다.

그가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을 때였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회장 아주머니와 매니저가 그를 부르더니 “12월 13일에 아파트 주민 파티가 있으니 참석해달라”고 부탁했다. 권씨가 “선약이 있어 곤란하다”고 하자 아파트 입주대표는 “그 약속 미루면 안 되나? 아니면 우리가 날짜를 바꿀까” 하고 다시 말한다. 권씨가 “우체부 때문에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파티 날짜를 바꿔요?”라고 되묻자 “당신 때문이라면 그럴지도 몰라”라는 답이 돌아온다. 주민들이 우체부 권씨를 그만큼 원한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외에도 권씨는 몇 주 동안 토요일 스케줄이 꽉 찼다고 한다. 배달지역 주민들로부터 파티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굳이 이웃 간의 정(情)으로 말하면 우리가 미국보다 더 끈끈할 텐데, 집배원을 이웃으로 보는 인식이 없기 때문일까.

권씨가 올린 글 중에 이런 내용도 있다. 하루는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가자 우편물이 도착해 있었다. 열어보니 50달러짜리 스타벅스 카드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브로드웨이의 우체부에게.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난 당신을 그리워할 겁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당신에게 감사해왔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사를 갑니다. 당신을 그리워할 겁니다.”

권씨는 이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사람에게 오는 소포를 집 바깥에 던져놓지 않고 문 앞까지 가져다준 것뿐인데, 그것이 고맙다며 이사가면서까지 인사를 한 것이다. 권씨의 친절 배달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집배원으로서 이런 편지를 받으면 참으로 가슴 뿌듯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겐 집배원의 서비스에 감사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없다. 집배원이 개인 심부름까지 해주는 농촌에서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지만 도시에서는 추운 날 고생하는 집배원을 보고도 따뜻한 보리차 한 잔 건넬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우리네 풍토다. 그러니 동네 모임할 때 집배원을 초대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다. 우체국이나 집배원에 대한 호감도가 미국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문화가 다른 것이다.

미국이 부럽긴 하지만 국민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지금은 우체국은 우체국대로, 집배원은 집배원대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 따뜻한 손길을 보내야 하는 12월이다.

올 연말 우정사업본부는 노사가 함께 노인봉사를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과 이항구 체신노조위원장, 박희대 지식경제부 노조위원장 등 노사 4660명이 대한노인회 산하 경로당 228곳을 찾아 청소와 도배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집배원 1만5000여 명을 포함해 우체국 직원 2만8000명이 427개 팀을 이뤄 움직이는 우정사회봉사단도 연말 봉사의 시동을 걸었다. 이달 말까지 전국 각지의 소외된 농촌 노인 가정을 찾아 청소와 빨래, 연탄을 배달하고 바람막이용 비닐을 달아주기로 했다.

이 때문에 요즘 집배원은 연말 늘어난 우편물 배달하랴, 봉사활동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이런 집배원에게 파티에 초대하지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인사, 위로의 말 한마디쯤은 건네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2008 12/23   위클리경향 8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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