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연하장으로 한 해 정리하기
2008.11.27 23:05
[우정이야기]연하장으로 한 해 정리하기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다. 돌이켜보면 연초에 마음먹은 것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는데 열두 달의 시간이 훌쩍 흘렀다.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 간다고 생각하니 조바심이 절로 난다.
이럴 때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다면 마음의 무게를 한결 덜 수 있다.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연하장 보내기다. 고마운 사람에게 정성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보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50대 시인은 연하장을 작성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정성됨만이 인생을 영원으로 만든다. 하루든 평생이든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시간은 그만큼의 음영을 우리에게 되돌린다. 정성됨이란 곧 치밀함이며 참다움이다. … 연하장이 날아든다. 속지에 적힌 행복과 행운을 나는 믿는다. 손쉬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어찌 옛 풍속의 깊이를 따를 수 있으랴. 연하장 발송은 나의 열두 달에서 가장 큰 연중행사이며 산뜻함이다.”
매년 11월 1일이면 우정사업본부는 연하장 발매를 시작한다. 올해는 고급형 3종, 일반형 7종, 청소년용 2종과 연하 엽서 1종 등 13종이 전국의 우체국에 깔렸다. 고급형은 1000원, 일반형 650원, 연하 엽서는 320원이다. 우체국 연하장은 이처럼 값이 싸면서도 고품격이어서 해가 바뀌기 전에 동이 나는 게 상례다. 그래서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더도 덜도 않고 1000만 장을 찍어 남김없이 팔았다. 그런데 지난해 처음으로 40만 장의 재고가 남았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 올해는 900만 장만 찍었으며, 작년 것은 85%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 연하장 어디에도 연도 표시는 없으니 “사용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우정사업본부 우표팀의 이한재 사무관의 설명이다.
연하장을 주고받는 관습은 동양에만 있다. 서양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새해 인사(Happy New Year) 문구를 함께 써서 보내는 것으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도 연말이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나 ‘만사여의(萬事如意)’와 같은 사자성어를 써서 연하장을 보내는 풍습이 있다. 일본에선 연하 엽서 주고받기를 온 국민의 축제처럼 치른다. 연하 엽서에 복권 번호가 적혀 있어 당첨했는지 확인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조금 상세히 소개하면 이렇다.
일본 우정도 우리처럼 11월 1일부터 연하 엽서를 판매한다. 그런데 그 물량이 어마어마하다. 37억~39억 장쯤 된다. 연하 엽서를 넣는 전용 투입구를 우체통 옆에 별도로 설치하고, 여기에 투입한 연하 엽서는 1월 1일 배달한다. 새해 첫날 아침 행운을 전한다는 의미다. 이때 우체국마다 출진식을 하고 배달 나가는 장면을 TV뉴스로 중계하기도 한다. 이어서 복권 당첨 번호를 추첨해 재봉틀, 위성방송수신기, 전동자전거 같은 상품을 준다.
연하장 판매를 촉진시키는 데 좋은 아이디어 아닐까. 우정사업본부에서 이렇게 생각해 지난해 따라해보았으나 실패했다. 이 이벤트는 연하장에 새겨 있는 일련번호가 주최 측에서 추첨한 행운번호와 일치하면 상품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우편물로 받은 연하장을 버리지 말고 보관하고 있다가 행운번호가 발표되면 맞춰보는 사람이 많아야 이벤트가 산다. 우본은 지난해 1등 해외여행권, 2등 노트북, 3등 카메라, 4~5등 우표책 및 우표첩 등을 내걸고 377개의 행운번호를 뽑았다. 그런데 내 연하장의 번호가 그것과 일치한다며 들고오는 사람이 사실상 없다시피했다. 국민 대부분이 연하장을 받아보고는 휴지통에 넣을 뿐, 행운번호 추첨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연하장에 행운번호를 넣어 추첨하는 방식은 지난 한 해로 접었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은 주변 사람에 더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주변사람을 챙기는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 연하장을 써보자. 우체국 연하장에는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2008 12/02 위클리경향 8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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