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편요금, 올해는 안 올립니다
2008.10.02 21:49
[우정이야기]우편요금, 올해는 안 올립니다
정부가 공공요금 가운데 전기와 가스요금은 올리지만 우편요금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기·가스는 국제유가 인상에 따른 적자가 늘어나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우편은 그런대로 꾸려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요금 조정 주기로 보면 올해 인상해야겠지만,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해 그대로 가는 게 좋겠다는 정책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우편요금은 2004년 190원에서 220원으로, 2006년에 250원으로 오르는 등 2년 주기로 인상돼왔다.
요금 동결 소식은 언제나 소비자를 안도하게 한다. 우표 한 장 요금이 올라보았자 얼마나 오르겠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개인에 해당하는 말이고, 다량 우편물을 보내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르다. 한 달에 편지 100만 통을 고객에게 보내는 기업이라면 우편요금이 10원 오를 때 연간 1억2000만 원, 30원 오를 때 3억6000만 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 그러지 않아도 각종 물가가 뛰는 판에 우편요금까지 올라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소비자가 즐거우면 사업자는 어떤 심정일까.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은 요금 문제라면 애써 입을 닫는다. 우정사업의 장래를 생각하면 올려야 할 때 올려야겠지만, 현재 나라 분위기가 인상이란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적자가 난다면 모르겠지만, 공연히 논란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전기·가스만큼은 아니어도 우정사업 또한 운송·배달을 주요 업무로 하는 만큼 유가 인상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요금 인상 없이 수지를 어떻게 맞출까. 박종석 우본 경영혁신팀장은 노동생산성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우정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지만 기술의 발달 등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절대지표라 할 수는 없지만, 참고가 될 만한 자료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통계다. 이에 따르면 35개 주요 공기업의 노동생산성은 2002~2007년 연평균 1.8%씩 증가한 반면, 인건비는 6.6%씩 올랐다. 노동생산성이 조금 좋아져도 늘어난 인건비가 그것을 다 까먹어버린다는 뜻이다. 반면 우정사업은 이 기간 인건비가 연평균 6.3%, 노동생산성이 8.4%씩 증가했다.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을 상쇄하고도 남아 이익을 낸다는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 우편사업은 싼 요금으로 흑자를 내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 각국의 우정당국은 요즘 우편 매출이 줄면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국은 2006년부터 연속 3년간 요금을 올리는 극약 처방을 썼는 데도 올해 적자가 20억 달러(약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우정사업은 10년 연속 흑자 행진이다. 금융은 제쳐두고 우편사업만 따지더라도 2005년까지 적자에서 2006년 흑자로 전환한 뒤 2007년에는 금융보다 더 많은 흑자를 냈다.
그런데도 요금은 외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편지 한 통(20) 부치는 데 필요한 우표 가격이 우리는 250원이지만, 미국은 42센트(394원·2007년 12월 환율기준)다. 우편민영화의 길로 접어든 일본은 80엔(667원), 민영화가 완료된 독일은 0.55유로(760원)이고, 세계에서 우편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위스는 0.85스위스프랑(707원)이다. 민영화를 추진 중인 프랑스는 독일과 같은 0.55유로(760원), 영국은 27펜스(506원)로 각국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우리보다 싼 곳은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싱가포르 정도로 0.26싱가포르달러(169원)다.
우본의 노동생산성에 대해서는 더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요금을 적게 받고도 큰 폭의 흑자를 내는 구조만큼은 분명한 것이다.
우본 직원들의 불만은 그래서 요금 동결이 아니라 보상 결핍에 있다. 생산성을 높여 흑자를 내도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게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정부기관이니만큼 사업에서 번 돈은 모두 일반회계로 들어간다. 우체국 직원들이 “매년 우리가 나라에 돈 벌어준다”고 자랑하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지난해에만 금융·우편 합해 2500여억 원, 그 전해에는 2000여억 원을 국고에 귀속시킨 바 있다.
요금 동결에 따라 내년에는 이 흑자 폭이 줄어들 게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기관이 무조건 흑자 폭을 키우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들고 나는 돈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요금과 사업, 지출과 보상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한국 우정에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출처 2008 10/07 위클리경향 7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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