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코로나 시대, 사람 연결하는 우편서비스
2020.05.26 20:54

지난 3월 아일랜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자, 아일랜드 우체국 ‘언 포스트(An Post)’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선보였다. 언 포스트의 집배원들은 우편배달 중에 해당 지역 내 홀몸노인, 코로나19에 취약한 환자들이 사는 집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2m 떨어져서 그들의 안부를 살피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다. 이런 정보는 지역 단체에 전달되고, 이들에게 필요한 가정용품·연료·약품·음식에 대한 배달이 추가로 이뤄진다.
노인이나 취약계층이 우체국을 통해 신문을 구독하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내놨다. 코로나19로 집에만 머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아동단체와 함께 <이매진 네이션(Imagine Nation)>이라는 그림책을 발간하고 배포했다. 그림으로 된 암호를 해석하고, 그림으로 마술을 배우고, 색칠놀이도 하도록 만든 책이다. 언 포스트 홈페이지(anpost.com/Covid-19/ImagineNation-Playbook)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밖에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집에 머물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상당한 공을 세우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감사 표현이다. 집배원들은 무료 학교 급식을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배달하는 역할도 한다.
우체국 집배원이 농촌의 어르신께 용돈을 배달하고 있다. / 전남지방우정청
복지서비스와 연계된 우편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건 ‘언 포스트’가 아일랜드의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복지서비스와 연계한 우편서비스는 비용이 많이 들고 상당한 노동력이 요구된다. 시골까지 촘촘히 뻗어 있는 우편 배달망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개인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시장 경쟁 시스템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시골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쓰려져 있는 것을 집배원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는 건 우리 역시 우편을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로 잘 구축해 놓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 포스트는 우편요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엽서 500만 장을 제작해 지역에 배포했다. 이동제한 중인 시민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연결을 유지하세요. 지금 편지를 써서 사랑을 전하세요.(Stay Connected. Write Now. Send Love.)’ 언 포스트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이 문구는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해야 할 역할(사회적 연결)을 함축한 표현이기도 하다.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연결을 유지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요 키워드가 됐다. 특히 ‘취약 계층을 사회와 어떻게 연결해야 하냐’는 대다수 국가의 핵심 쟁점이 돼 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우편’과 ‘복지’를 연결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집배원을 통해 부모님께 현금을 전해드리는 ‘용돈 배달서비스’는 2018년 6월 시작돼 현재 안착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거래가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자녀들이 보내는 용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돈을 보내려는 고객은 자신의 계좌에서 10만에서 50만원까지 만원 단위로,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지정해 보낼 수 있다. 매월 정기적으로 집배원을 통한 현금 배달이 가능하고, 우체국 계좌가 아닌 다른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용 요금은 용돈 액수에 따라 2420원부터 5220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집배원이 부모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자녀들에게 부모님 사진을 전송해 주는 ‘어르신 돌봄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연결’ 사업들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체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출처 주간경향 1378호 2020/05/25 이재덕 뉴콘텐츠팀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