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미국·영국, 토요배달 이를 어쩌나
2008.06.07 10:35
[우정이야기]미국·영국, 토요배달 이를 어쩌나
미국과 영국의 우정당국이 요즘 공교롭게도 동시에 고민하고 있는 게 토요일 편지 배달 문제다. 우리는 주5일 근무제 도입 때 별 논란 없이 토요 배달을 폐지했지만, 이들 나라에선 주6일 배달제를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왔다. 요즘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는 것은 우정사업의 경영수지 맞추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말해준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얼마 전 영국 우정의 규제기관인 포스트콤(Postcomm)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해 토요 배달을 조만간 중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포스트콤은 즉각 부인하는 자료를 냈다. 토요 배달은 우편서비스법에 명문화돼 있어 규제기관이 중단시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보(誤報)인 셈이다.
하지만 이 보도를 계기로 영국 내 논란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농촌 지역 우체국을 없애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토요 배달을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토요 배달을 하지 않고 있다는 외국 사례도 폐지론의 한 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존속론도 만만찮다. 일부 정치인, 소비자 그룹, 중소기업은 토요 배달 중단이 궁극적으로는 보편적 서비스의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우편이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노인과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토요일 편지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정당국과 노조가 토요 배달의 존속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외부에선 “토요일엔 제발 쉬세요” 하고, 당사자들은 “아니, 우리는 일해야 한다”고 외치는 꼴이다. 토요 근무 중단에 따른 수입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집배원 노조(CWU)의 시안 존스는 “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포스트콤이 우편 서비스를 주 6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우정공사인 로열 메일 또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편적 서비스를 감축하는 어떤 조치에도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정사업을 국가가 직접 수행하는 미국에선 이 문제가 더 큰 논쟁거리다. 토요 배달에 드는 비용이 곧 국민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편 물량은 줄고, 배달해야 할 곳(새 주소지)은 늘어나고, 인건비는 오르는 상황에서 수지 개선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토요 근무에 따른 수당은 여느 때 인건비보다 비싸기 때문에 이를 없애면 지출을 앉은 자리에서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정청의 경쟁업체인 민영 FedEx나 UPS에서도 토요 배달을 하지 않고 있고, 인근 캐나다 우정공사(Canada Post)도 2002년 토요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2006년 4월 폐지한 예가 있어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노조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 우편원노조(APWU)는 “토요 근무를 없애면 우리 일감이 줄어들어 더 먼 거리 우체국으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솔직한 이유를 들었고, 집배원노조(NALC)도 조합원 보호 차원에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우정청이 자료를 내지 않아 알 수 없으나, 우리 우정사업본부를 예로 들면 토요 배달 시 집배원 인력이 지금보다 18%쯤 더 필요하다. 뒤집어 말하면 주5일 배달제 도입 시 그 정도 인력 감축 요인이 생긴다는 뜻이다.
노조 외에 토요 배달을 원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예컨대 교회 같은 곳에서는 일요일 예배 일정을 알리는 공보를 꼭 토요일에 배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금요일에 배달하면 왜 안 되느냐, 인터넷도 있지 않느냐는 반박이 따른다.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폐지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미국도 영국처럼 월~토 주6일 배달제가 법률로 정해져 있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이미 3년 전부터 주5일 배달제를 시행해온 우리는 미·영보다 앞서 가는 걸까. 겉만 보면 그런 것 같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 나라는 우편의 보편적 서비스를 그만큼 중시하는데, 우리는 그런 인식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서비스의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그런 나라를 선진국이라 할 수는 없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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