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 크루즈 여행~~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희망세움터

베데스다 조기교육원

에덴의집

빨간우체통 대민봉사활동^^

[우정(郵政)이야기]설 특별수송기간, 퇴근 못하는 집배원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세운상가. 전날보다는 날이 다소 풀렸지만 바람이 세찼다. 그 바람을 뚫고 상가를 누비는 빨간 오토바이 한 대가 있다. 광화문우체국 소속 집배원 정휘상씨(49)의 것이다. 뒷좌석 짐칸에 쌓인 소포와 택배는 어른 키를 훌쩍 넘고 있다. 눈대중으로도 족히 100㎏은 넘을 듯하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그는 양손에 세 개의 소포를 챙겨들고 상가 계단으로 사라졌다. 요즘 정 집배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는 18일까지 21일간 비상근무체계로 일하는 ‘설 우편물 특별처리기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연중 우편물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이 기간에 접수될 소포량은 지난해보다 0.9% 감소한 1561만여개로 예상된다. 전국 집배원은 1만2000여명. 단순 계산해도 1인당 하루 평균 60개 이상의 소포를 배달해야 한다. 이날 정 집배원이 배달한 소포는 90여개였다.


10여 차례나 배달지와 우편 중간집결지를 왕복했다.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다. 오늘 따라 수취인 전화번호도 적지 않은 소포가 유난히 많았다. 그만큼 ‘불필요한 수고’를 해야 했다. 정 집배원이 담당한 장사동은 종로구 내 18개 동 중 일하기 힘든 곳으로 꼽힌다. 수취인 찾기가 쉽지 않은 상가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하루 소화하는 소포량은 1만2000건 정도 된다. 94명의 집배원과 23명의 위탁집배원이 이 물량을 담당한다. 어림잡아도 하루에 한 사람이 100개 이상의 소포를 맡아야 한다. 1일 평균 소포 택배건수 30건의 세 배가 넘는 양이다. 광화문우체국 소관지역 중 물량이 가장 많고 힘든 지역은 평창동이다. 물량이 몰릴 때 이 지역을 맡은 집배원 한 사람은 200여개의 소포를 배송할 때도 있다.

업무량이 많다고 일을 뒤로 미룰 수도 없다. 누가 자신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날 일은 그날 끝내야 한다. 근무시간은 길어지게 마련이다. 정씨는 이날 오전 9시 출근조에 편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전 7시에 출근했다. 우편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온 게 오후 6시. 여기서 일이 끝난 게 아니다. 내일 배달할 우편물에 대한 주소분류작업을 해야 했다. 정 집배원은 “저녁 8시 전에는 퇴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가 덧붙였다. “밤 10시가 넘어 우체국으로 돌아오는 집배원이 부지기수입니다.” 하루 근무시간이 적어도 13시간 이상이 된다는 얘기다.


누적된 과로는 사고를 부르게 마련이다. 정 집배원은 “아무래도 피로가 쌓이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다”면서 “지난 9일 내린 눈이 어는 바람에 몇 차례 미끄러져 위험상황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집배원의 안전사고는 단지 특별수송기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집배원 안전사고 건수는 315건. 사망자가 2명이나 됐고, 중상자(7주 이상 병가)는 94명이었다. 정 집배원처럼 운 좋게 사고를 피했다고 해도 노동강도에 따른 집배원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 정 집배원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3~5층 상가를 무거운 짐을 들고 하루에 수십 차례 오르내린다. 1991년부터 24년째 집배원을 하는 그는 고질적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늘 손목과 어깨가 쑤시고 무릎이 아프다. 그래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씨는 “내가 병원에 가면 나의 일을 다른 동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료직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없다는 얘기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들의 과다한 업무를 덜기 위해 올 특별수송기간 중 1일 평균 1353명(집배 보조 501명)의 보조 인력을 투입하는 한편 전동견인차 등 우편물처리 장비차(545대), 평파렛 2만5000개를 지원했다. 운송차량도 2138대로 늘렸다.

민족의 명절 설이다. 온 국민은 설을 맞아 가족과 정을 나눌 기대에 차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는 집배원을 돌아볼 때다. 그런 마음은 멀리 있거나 힘든 일이 아니다. 소포에 수취인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작은 배려만으로도 집배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2015.03.03ㅣ주간경향 1115호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6 부산우정청, 복지사각지대 대상자 발굴·지원사업 추진 아주 2017.05.21 131
985 이천우체국 집배원 365봉사단, 성애원 방문 ‘우체국 행복 나눔’ 실시 file 아주 2017.05.17 168
984 우체집배원들, 연이은 ‘과로사’ 문제 해결 정부 대책 요구 아주 2017.05.17 162
983 집배원도 감정노동자 “악성민원인 대응 매뉴얼 필요” 아주 2016.11.16 219
982 보성군,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우편집배원 간담회 개최 아주 2016.11.16 144
981 70代 의식불명 농부 살린 집배원 file 아주 2015.06.18 299
980 [우정(郵政)이야기]편견을 깨기 위한 휠체어농구대회 file 아주 2015.06.18 287
979 차기 우정사업본부장 공모에 10명 이상 몰려 아주 2015.06.18 252
978 의암호변 '자연환경 지킴이' 춘천우체국 봉사단 file 아주 2015.03.23 283
977 진주우체국, 행복나눔 사랑의 도시락 배달 file 아주 2015.03.23 329
976 복지사각지대 찾아나선 우체국 집배원들 아주 2015.03.20 247
975 혈액암 환자에 골수 기증한 집배원 '귀감' file 아주 2015.03.20 270
974 [우정(郵政)이야기]전국 최대 '우체국 행복나눔 봉사단' 아주 2015.03.05 256
973 우체국 집배원, 우편물 배달 중 화재진압 file 아주 2015.02.21 253
» [우정(郵政)이야기]설 특별수송기간, 퇴근 못하는 집배원들 아주 2015.02.21 288
971 정읍시, 집배원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 해소 file 아주 2015.02.21 1443
970 우편법 개정…소규모 서신송달업 사업신고 면제 아주 2014.12.03 281
969 배달 중 화재진압한 최진무 집배원 아주 2014.12.03 251
968 우체국, 추석우편물 특별소통 돌입 file 아주 2014.08.18 274
967 우정사업본부, 도로명주소 우편번호부 책자 발행 아주 2014.08.18 275
CLOSE